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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332 호 | 기사입력 [2023-05-24] | 작성자 : 강서구보

뒤란-걷기, 사고에 깊이 선사

낙동강 제방길

도시에 사는 현대인들은 마음 편히 걷기도 힘들다. 구획은 잘 돼 있지만 조금만 걸어도 길이 금세 잘려버린다. 수많은 사거리에, 게다가 신호도 오만상많다. 더불어 오가는 자동차가 내뿜는 매연은 어떤가.

이러니 어디 산책이라도 해볼 요량을 해도 영 마뜩찮다. 물론 등산을 생각해보지만 이것저것 챙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그래서 선택한 게 낙동강을 옆구리에 끼고 그늘 길을 걷는 것이다. 다리 밑 널찍한 주차장에 차를 박아두고(?) 휘적휘적 걷는다. 강변의 새하얀 이팝나무와 찔레꽃에서 은근슬쩍 불어오는 강바람이 상쾌하다.

걷는다는 것은 그저 신체기관만 움직이는 게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사유과정이며 생활 속의 철학이다. 부처, 예수, 공자, 루소, 니체도 모두 그렇게 걸었다. 너무 나갔지만 그들은 걸으면서 생각하고 진리를 찾고 설파했다.

천천히 나무터널 속을 걷다보면 모든 게 반추된다. 그땐 내가 왜 그랬지부터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가 절로 생각난다. 걷기의 장점은 건강을 든다지만 생각을 깊게, 또 넓힐 수 있다는 점이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걷다보면 닿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걷는데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은 없다. 물론 무리(?)를 지어 걷다보면 자신만의 생각이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 길은 초여름 혼자나 둘 정도만 걷기를 권한다. 그래야 온전한 사유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렇다고 혼자 걸으면서 꼭 생각을 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연 초에 세웠던 많은 계획들을 한번 돌아보자는 소박한 바람에서다.

길은 걷기가 썩 좋다고는 할 수 없다. 보행편의를 위해 시멘트와 우레탄으로 포장해 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가의 산책길로 꽤 권할 만하다.

걸을 땐 조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자전거 타는 사람, 조깅하는 사람, 걷는 사람 등이 혼재한다. 그래도 지역에서 초여름 날 걸을만한 이만한 길은 별로 없다.

불과 달포 전쯤만 해도 새하얀 벚꽃이 지천이었던 곳이었다. 이제 벚나무들은 화려한 꽃잎을 떨궈내고 초록의 잎들로 갈아입었다. 게다가 그저께까지만 해도 연초록이던 잎새들이 벌써 진녹색으로 변했다.

자칫 시기를 놓치고 걸을라 치면 땀으로 목욕하다시피 할 것이다. 바로 옆 공항로를 달리는 자동차 소리가 살짝 거슬릴 수도 있다. 그래도 맞은 편 강물이 슬쩍 내미는 풍경으로 충분히 상쇄된다.

걷기를 찬양하는 사람은 걷기는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가 아니라 그 자체로 깨달음의 수단이 된다고 말했다. 요즘 같이 걷기 좋은 날, 우리 모두 나서 깨달아 보자. 많이 걷는 자가 결국엔 철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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