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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301 호 | 기사입력 [2020-10-23] | 작성자 : 강서구보

쉼표를 찾아서-농부가 운영하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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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가 운영하는 카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그 숫자는 정말 정확하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나이가 많으면 늙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계절도 마찬가지. 한낮엔 움직이면 땀이 맺히지만 여름은 갔다. 대신 나들이 하기 좋은 선선한 가을이 찾아왔다. 그러더니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도 지났다. 보름만 지나면 겨울에 들어선다는 입동이다.

조금만 머뭇거려도 저만치 오는 가을은 획 지나가 버린다. 얼마간 나뭇잎을 물들이다 이내 슬거머니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주말 이불 속에서 이리저리 뒤척이다 집을 나선다. 가을을 느끼기엔 강서들녘을 달리는 부산김해경전철에 몸을 싣는 게 제격이다. 강 하구의 새하얀 갈대숲을 지난다. 예각으로 꼽히는 스산한 가을햇살에 풍광이 살아난다. 경전철은 김해공항을 지나서부터는 누렇게 변한 논 가운데를 달린다. ‘저게 가을이지하고 되뇌다 불암역에서 내린다.

학창시절 두어 번 소풍을 갔던 신어산 은하사에 들러볼 요량이다. 등산이라면 불에 데는 것처럼 싫어하는 친구와 함께. 그것도 김해시 불암동에서 시작하는 등산로를 따라서 말이다. 산 능선에 올라서기까지 제법 경사가 있다. 다리 힘이 딸리는지 조금 힘들다. 가쁜 숨을 헐떡이며 부지런히 비탈을 오른다. 친구는 쓸데없는 데 힘을 쓴다고 지청구다.

애써 코로나에 지친 요즘엔 맑은 공기를 듬뿍 마실 수 있는 등산이 좋다며 다독여 본다. 힘겹게 오른 등산로 주변엔 억새가 군무를 춘다. 한때 고복수의 노래 짝사랑에 나오는 으악새가 억새인줄은 몰랐다. 가을이 되면 그런 새가 진짜 슬피 우는 줄로만 알았다.

약간은 한심한(?) 생각에 절로 웃음이 피식 새어나온다. 정상까지는 너무 멀고 두어시간 남짓 헤맨 끝에 은하사로 꺾어 내려간다. 은하사는 신어산의 양대 사찰인 서림사의 다른 이름이다.

색바랜 대웅전 단청 위로 세월의 더깨가 자욱하다. 절 마당에서 올려다 보는 가을 하늘은 맑고 드높기만 하다. 좋은 계절에 방에서 X선 사진만 찍을 것이 아니라 가끔 이렇게 나설 일이다. 찬 기운 속에서 바라보는 가을 들판은 풍성하다 못해 감격이다. 예전같지 않지만 가을이 내려앉은 들녘은 한 폭의 풍경화다.

이제 농부들의 부지런한 몸짓이 들판을 생동하게 할 것이다. ‘, 이제 가을인가 보다느껴본다. 오는 길에 얼마 전에 봐뒀던 서낙동강가의 카페 농부에 들렀다. 나들이가 약간은 귀찮은 중늙은이와 계절에 딱 어울리는 카페다. 이상한 외국어로 된 어려운 상호보다 얼마나 명료한가.

농부대표 김형석씨는 인근 둔치도에서 감귤 만리향농사를 짓는다. 그래서 카페 이름을 농부로 했다고. 카페 2층이 그의 살림집이다. 지난 3월 문을 연 카페는 안락하며 60평 쯤 되는 공간이다. 강과는 100m쯤 떨어져 있으며, 등산 뒤 지친 육체를 위해서는 카모마일차를 권한다. 향긋한 맛이 나른한 몸을 따뜻하게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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