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무더위와 긴 장마로 보내다가 연이은 태풍과 폭우로 산사태와 물난리를 겪었다. 80년 인생에서 코로나19와 함께 이렇게 긴 수난을 경험하기는 처음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불필요한 외출과 행사, 모임 등이 금지돼 오히려 공부하기엔 좋은 시간이기도 했다.
지난 3월 도서출판 아이이북(IEBOOK)에서 전자도서로 출판한 ‘한영 한국역사용어대전’이란 사전이 있다.
컴퓨터나 노트북 또는 휴대폰으로 ‘다음’이나 ‘네이버’에 접속해서 검색하면 이 책에 대한 설명과 함께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용어를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간편하게 서술하고 있다.
내 일생일대의 명운을 걸고 각종 자료를 수집하고, 집필을 시작해 10여 년 만에 탈고한 전자책이다. 모두 33권에 6천800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내용을 담은 한국 최초의 전통문화 용어 사전이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큰 일을 성취하고도 늘 자신에게 부끄럽고 주위의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많은 세월동안 공부하고 발버둥 쳐봤지만 결국엔 나는 ‘아는 것이 없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그냥 보기에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사전을 만들었으니 모르는 게 없이 다 아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천만의 말씀이다.
어떤 책을 저술했다고 해서 저자가 그 책의 내용을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분야에서 열심히 연구하고 공부한 결과물을 모은 것일 뿐이다. 저자가 그것을 다 외우고 있거나 알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저술한 ‘한영 한국역사용어대전’도 마찬가지다.
내용이 그렇게 방대해도 우리가 찾을 수 있는 용어는 몇 십분의 일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단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용어를 발췌해서 기초가 되는 발판을 만들었을 뿐이다.
이 사전이 완벽해지려면 국가기관이나 큰 단체에서 적어도 몇 십 명의 석학들이 오랜 기간 두고 집대성해야 완성될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나는 우리 전통문화에 대해 많은 지식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지식을 자랑할 수도 없다. 단지 남다른 열성과 노력으로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없던 책을 처음으로 구성하여 저술해 냈을 뿐이다.
또 오래된 역사자료를 찾아서 발췌해 편집하여 국역한 ‘가덕도 역사 3집’도 발간한다. 3집은 ‘조선왕조실록 가덕도총서’, ‘국역 승정원일기 가덕첨사’, ‘국역 승정원일기 천성만호’ 등이다.
뒤이어서 강서구의 옛 선비들이 시를 지어 모은 ‘낙남계원시집’도 한문으로 된 필사본을 전산화하여 현대식 가사체 문장으로 국역하여 출판을 하려하고 있다.
이렇게 내가 한문 원서를 국역한 것은 지역 향토사 자료로서 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의한 노력의 결실이지 결코 내가 잘 알아서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아는 게 없고 다만 일했다는 것이지 아는 체, 잘난 체를 해서는 안 된다고 늘 마음속에 깊이 새기고 있다. 그저 남달리 조금 더 노력한 결과이지 많이 아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주위의 아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말이 있다. ‘조금 안다고 아는 체 하지 말고, 조금 잘 났다고 해서 잘난 체 하지 말고, 조금 가졌다고 가진 체 하지 말고, 평범하게 누구에게나 허물없이 살았으면 좋겠다’ 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