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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326 호 | 기사입력 [2022-11-24] | 작성자 : 강서구보

강서칼럼-대항에서 만난 정어리떼-강신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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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어느 날 가덕도 대항항 일본군 포진지를 보러 갔다. 이곳은 일제가 우리 국민들을 동원, 바닷가 험한 바위 절벽에 파놓은 동굴이다.

예전엔 멀리서 쳐다만 봤지, 직접 들어가 살펴볼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이제 강서구가 철제 데크로드를 만들고, 동굴 안을 잘 정비해 편히 둘러 볼 수 있다.

바닷가 바위 위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이 간간이 보인다. 한가하고 아주 평화로운 풍경이다. 단풍이 드는 산과 바다의 은빛 윤슬이 어우러져 아름답다.

아들이 바다에 일렁이는 물빛을 보고고기다소리쳤다. 얼핏 보니 바닷물 속에서 헤엄치는 거대한 고기 무리였다. 모였다가 흩어지고 휘어져 다시 모였다. 빙빙 돌면서 무리를 이루는 게 장관이다.

멸치인가 했는데 좀 굵고 잔잔한 것이 정어리 떼 같다. 수천 아니 수만 마리는 족히 될 것았다. 모래와 눈이 바람결에 살랑살랑 맴도는 듯하다. 비단 치맛자락이 휘날리듯이 돌아친다.

인기척에도 놀라 도망가지 않고 주위를 한없이 휘감아 돈다. 물 위로 치오를 듯 솟다가 가라앉아 사라지는 쉼 없는 몸놀림을 넋 놓고 바라본다. 고기떼는 저쪽으로 갔다간 이내 돌아오며 뭉쳐서 부딪힘 없이 다닌다. 넓은 곳으로 나가 마음껏 뒤척이지 않고 험한 바위와 해초 사이에서만 노닥거린다.

얼마 전 매스컴에서 마산과 진해만의 정어리떼 1백여 톤이 산소 부족(?)으로 폐사했다고 했다. 그런데 어찌 다른 어종은 괜찮은데 하필 정어리만 그렇게 모두 죽었을까.

정어리들은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가는 소스라쳐 돌아온다. 어린 물고기가 뭘 어찌 알기는 할까. 복숭아 따던 채로 저걸 한번 뜰거나, 손이 근질근질하다.

바닷가 데크로드 위에서 마냥 바라보기만 해도 좋다. 내년 여름엔 사람의 발길이 뜸한 바닷가에 가 봐야지 하고 맘먹는다. 아니 오는 12월에 가서 고기가 낚이면 무지근한 낚싯대를 안고 뒤로 넘어지는 아내를 보고 싶다.

정어리와 청어, 밴댕이는 청어과로 10, 11월 연안에 모여드는 어종이다. 또한 정어리는 청어와 큰 멸치, 꽁치와 구별이 잘 안 된다. 정어리는 아가미 옆에 검은 점 일곱 개가 보이고 비늘이 있다.‘정이 어린다는 정어리는 한자로는 온어(鰮魚)이다.

대개 어가 붙은 광어, 농어, 민어, 방어, 복어, 상어, 숭어, 연어, 전어 등이 있다. 아닌 것은 갈치, 멸치, 준치, 참치, 도루묵이, 망둥이, 전갱이, 대구, 고래, , 명태, 조기 등이다. 이들 어종은 치나 이, , , , , 리로 끝난다. 이 중 어가 붙은 고기가 당당히 제사상에 오른다. 하지만 같은 어여도 복어나 전어는 제외되고, 또 명태와 전갱이, 조기는 포함된다.

정어리는 많이 잡힐 때는 수백만 톤씩 잡히지만 안 잡힐 때는 감감무소식이다. 통조림을 하다가 망하는 사업이 정어리 가공업이다. 일제 때는 많이 잡혀 군용 기름으로도 사용했단다. 당시 초등학생들에게 비릿한 이 기름을 먹였다. 그땐 못 살고 못 먹을 때 영양 보충제고 구충용이었다. 그런 정어리가 한참 동안 뜸하다가 요즘에 갑자기 나타나기 시작했다. 50년 주기라니 도대체 이것들이 어디에서 싸다니다 이제 나타나는가.

정어리는 저 넓고 넓은 태평양을 한 바퀴 돌아온다는 말이 있다. 그동안 꽁치와 청어, 고등어가 정어리 부재를 메웠다. 정어리는 바다 쌀로 조리법도 다양하다. 튀기거나 국을 끓이고 젓갈, 건조, 초밥, 햄버거나 스테이크로 먹는다. 양식장 물고기 사료로도 사용한다. 대규모 재난을 앞두고 갑자기 나타나기도 한다. 전쟁이나 질병으로 허덕일 때는 주린 배를 채워주는 고마운 먹거리다.

지금, 세상은 전염병으로 어렵고 지구 한쪽에선 전쟁이 나 야단이다. 미국과 중국은 힘겨루기를 하고 북한은 자주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어 세계 정세는 살얼음판이다. 그래서인가 싶게 정어리떼가 갑자기 돌아왔다.

이제 또 세월이 흐르면 이곳 가덕도는 상전벽해가 될 것이다. 좌우 산을 분질러 바다를 메워서 각종 비행기가 미끈하게 오르내리는 동남권 관문공항이 들어설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또 포진지와 낚시할 바위가 눈에 선해서 어쩌나. 반갑다고 소용돌이치던 정어리 떼는 또 어디로 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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