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예술
  • 문화예술

문화예술

문화예술

웹진 324 호 | 기사입력 [2022-09-23] | 작성자 : 강서구보

솔내음 속 지난 시간 반추-뒤란

20220923105540.jpg
하얀 이슬이 내린다는 백로
(白露)를 지나자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됐다. 아침 저녁으로 목덜미를 스치는 공기가 이제 서늘함을 가득 품고 있다. 누런 들판도 농부들의 부지런한 가을걷이로 돌이 빠진 듬성듬성한 바둑판 같다.

계절은 우리가 앞만 보고 있을 때 슬그머니 곁에 와 버린다. 이번 가을도 무더위와 태풍에 휘둘리다 그렇게 당해 버렸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가을은 생각의 깊이를 더할 좋은 시간이다. 굳이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들먹일 필요도 없다. 가끔 이맘때 쯤 내습해오는 태풍만 없다면 더 없이 좋은 시절이다.

선선한 계절이니 나들이하기에도 좋고, 독서하기에도 이만한 계절은 없다. 저 무덥던 7, 8월한 낮의 태양을 생각해 보라. 해변과 계곡, 그늘에서도 쉬 가시지 않는 기분나쁜 찐득한 그 기분.

결실의 계절, 가을에는 모든 것이 긍정적으로 변한다. 졸고 있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누가 옆에 털썩 앉아도 짜증나지 않는다. 직장에서 상사가 무슨 말을 해도 쉽게 기분이 상하지 않는다. 이것만 해도 얼마나 좋은 계절인가.

최근 개방한 신호동 인공철새서식지 둘레길을 걸으며, 신호대교 인근 물 빠진 갯벌을 눈에 담는다. 바다나 사람이나 속을 훤히 내보이는 것 보다 조금 감추고 있는 것이 좋다. 욕망 가득한 인간의 더러운 속내와 온갖 쓰레기로 가득한 바다는 정말 끔찍하다. 낙동강 하구에 표표히 떠있는 진우도와 대마등 등 모래섬이 보인다.

고독에 빠지기 위해 어디 조용한 저만의 정원을 찾아 쉴 곳을 살펴본다. 바람에 멋스럽게 휜 인공조림 소나무 숲 속 벤치에 앉는다. 이마를 간질이며 지나는 바람 속엔 알싸한 솔내음도 풍긴다.

이곳은 푸른 가을 하늘과 일직선을 이루는 수평선을 마주할 수 있다. 옅은 해무에 고깃배 한 두 척이 떠 있으면 실경산수화를 보는 것 같다. 시선이 편안해 지며 생각도 아주 순수하게 변한다. 그러면서 사고(思考)의 힘도 절로 생겨난다.

감성이 풍부한 사람은 낭만에 빠질지도 모를 일이다. 낭만이 싫은 사람은 뒷짐을 지고 소나무 숲 사이의 오솔길을 잠시 걸어보자. 나뒹구는 솔방울에 괜히 눈이 가고, 길섶 잡초에도 우리네 인생이 투영된다.

가을에는 조금 감성에 빠지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뭐 어떠랴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은 나만의 생각인 것을. 그러다 조금 지겨워 지면 신호공원 쪽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이곳에는 바다를 한껏 안락하고 여유롭게 조망할 수 있는 카페가 있다.

가을 초입에서는 향긋한 커피 한잔을 앞에 두고 지난 계절을 반추하는 것도 괜찮다. 우린 얼마나 많은 짜증과 사소한 일에 화를 내며, 남을 탓하며 지난한 시간을 지내왔던가. , 그래서 가을은 생각이 여무는 풍성하고 뜻깊은 계절이다.

 





공공누리 제4유형: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 및 변경 금지

본 공공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담당자
문화체육과 / 공보계 (051-970-4074)
만족도조사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만족하십니까?

구정관련 건의사항 또는 답변을 원하는 사항은 강서구에바란다 코너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