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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309 호 | 기사입력 [2021-06-24] | 작성자 : 강서구보

"서부산 지역 작은 문화사랑방 꿈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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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방동 최영권·이언자씨 부부

가락대로 사구마을 앞 범방5로 강변 쪽에 단촐한 건물이 몇 개 서 있다. 그 중에서 울긋불긋 한 장미와 꽃양귀비 등으로 둘러싸인 3층 짜리 건물이 단연 눈에 띈다.

이곳은 3년 전쯤 이곳에 둥지를 튼 최영권(68) 이언자(61)씨 부부의 터전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강변을 조망하며 낭만적으로 사는 사람의 살림집처럼 보인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면 카페도 있고, 갤러리와 작은 도서관을 갖춘 나름의 문화공간이다. 이른바 최씨 가족이 모두 한 곳씩 운영하는 삶터이다.

1층 절반은 부인 이씨가 운영하는 하라라 갤러리, 나머지 공간은 그 아들이 하는 하라라 카페’, 2층은 최씨가 읽다 모은 책으로 인가받은 하라라 작은도서관이다.

하라라(Harara)’ 라는 말은 따뜻한’ ‘열정을 뜻하는 아프리카 스와힐리어다. 이 말에는 삭막한 공단지역에 문화를 싹 틔우겠다는 이들 가족의 열망이 담겼다. 또 아프리카 문화에 남다른 식견을 갖고 있는 최씨의 의지의 발현이기도 하다.

갤러리에는 부인 이씨의 그림 10여 점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잘 살펴보면 그림이 상당히 품위(?)가 있어 보인다. 세밀화처럼 잘 그린 탓도 있지만 재료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궁중 화원이 고운 비단에 석채(石彩)로 그렸다는 비단채색화다. 비단채색화는 다른 말로 진채’(眞彩)라고 한다.

이씨는 30여 년을 교편을 잡다 퇴직하고 그림공부를 시작했다. 우연한 기회에 민화전시를 보고 4년 전부터 전통 채색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부산서 비단채색화를 그리는 사람은 이씨를 포함, 몇몇 되지 않는다.

갤러리를 마련한 것은 그림 판매가 목적이 아니에요. 주민들에게 예술적인 눈을 뜨게 해 주기 위한 공간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문화를 꽃피웠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아들이 하는 카페에도 유화와 도자기가 제법 전시돼 있다. 광주서 활동하는 맨드라미 화가박동신 화백의 작품과 부산의 중견 서양화가 신홍직, 황보귀동, 동아대 미대 교수였던 김명식 화백의 그림 등이 벽면을 장식했다. 이곳은 최씨가 모은 100여점의 그림을 수시로 바꿔 걸어 분위기를 바꾸기도 한다.

2층 향유재(香幽齋)에 들어서 있는 작은도서관은 지난해 8월 문을 열었다. 공간은 20여 평 정도지만 장서는 6천여 권이나 된다. 물론 장소가 협소해 책꽂이에 다 꽂아 두지는 못했다.

작은도서관은 웬만한 책은 다 있지만 특히 아프리카 관련 서적과 미학(美學) 관련 서적으로 특화돼 있다.

아프리카’, ‘낯선 행성으로의 여행을 시작으로 키워드로 읽는 아프리카 소설’ ‘내가 만난 아프리카’ ‘아프리카의 눈물’ ‘! 아프리카’ ‘소울 오브 아프리카등 아프리카의 문학과 미학 등을 담은 수많은 책이 있다.

또 미학서적이 600, 추사 김정희 선생에 관한 책이 200, 사마천의 사기 관련 240권 등 다양하다. 웬만한 도서관 보다 관련 전문서적이 많다. 이런 장서는 그가 지금까지 패키지 독서를 해왔기 때문이다.

처음엔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아프리카 미술관을 만들려고 했어요. 여의치 않아 작은도서관으로 지역에 작은 도움이 되고자 생각을 바꿨지요.”

그는 아프리카와 관련해서는 누구보다 뒤지지 않는다. 수십 년 동안 아프리카 관련 서적을 읽고 연구해온 인문학자이기 때문. 올 연말에 서아프리카의 자연과 소울아트라는 아프리카 연구서 4권을 전자책으로 출간할 계획이다. 현재 가편집은 끝났고 내용 수정보완과 교정을 보고 있다. 이 책속에는 각종 아프리카 그림 등 각종 자료만도 1487점이나 들어간다.

이런 문화공간 외에도 최씨는 집 주위에 각종 꽃을 심으며 화단을 가꾸고 있다. 꽃밭을 일구며 골라낸 돌로 2m쯤 되는 돌탑을 2개나 만들어 지나는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자신의 집 근방은 물론 인근 다른 사람들의 땅에도 동의를 구해 꽃을 심고 가꾸고 있다.

최씨는 이곳을 지나는 사람이면 누구나 동네 사랑방처럼 이용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냥 꽃을 보러 와도 좋고 그림을 감상하러 방문해도 좋단다. 아니면 차를 한잔 마시러 와도 괜찮고 책을 읽으러 들러도 상관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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