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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307 호 | 기사입력 [2021-04-23] | 작성자 : 강서구보

강서칼럼-팽배하는 배금주의-조해훈(시인/고전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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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빈곤은 문제가 아니다. 생각의 빈곤이 문제다(Lack of money is no obstacle. Lack of an idea is an obstacle)’.

한국 출생의 일본 기업인 켄 하쿠다(白田健)의 명언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그는 세계적 비디오 예술가 백남준의 큰 조카이자, 현재 백남준의 작품에 대한 저작권의 소유자이다.

필자는 요즘 이 말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본다. 아파트 가격은 보통 사람들이 평생 성실히 일해 돈을 모아 살 수 없을 만큼 엄청나게 비싸졌다.

최근 LH사건으로 권력을 갖거나 하다못해 많은 정보를 가진 공무원이라도 되어야 부를 축적할 수 있다는 모순된 생각도 팽배해지고 있다.

정치인들의 재산과 관련한 언론보도를 접할 때도 저 사람은 도대체 무엇을 해 저렇게 많은 돈을 모았을까?’라는 의문을 비단 필자만 품는 게 아닐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사람이 돈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 돈이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데 본말이 전도되었다는 것이다.

돈 앞에서는 체면이나 염치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자주 봤다. 예전에 재벌가 형제들이 서로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은 돈이 무엇이길래?”라는 말을 했다.

최근 들어서는 장삼이사들도 얼마되지 않은 돈문제로 부모와 자식, 형제자매들이 등을 돌린다. 얼마 전 필자와 함께 친구 두 명이 차밭에서 찻잎을 땄다. 그 중 홍산(弘山)이라는 호를 가진 친구로부터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었다. 조선시대 무오사화 때 유배를 가 그곳에서 세상을 떠난 유명한 문사의 후손들이 돈과 관련돼 다투는 문제가 TV로 방영되었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필자는 그러게 말이다. 설사 형제들 사이에 분란이 있더라도 그 정도의 집안 사람들이라면 밖으로 내비치치 않았어야 하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근래에 모 유명인사가 염치없이 챙길 수 있는 돈은 다 챙긴다는 언론보도를 보면서도 씁쓰레했다. ‘과일이 달면 벌레가 많이 달라붙는다는 말이 있다. 돈이 많으면 그만큼 걱정거리가 많다는 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당하게 돈을 버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견을 말할 수 없다.

몇 년 전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장래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라는 설문을 한 결과 건물주가 되고 싶다는 대답이 많았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 그때도 많은 사람들이 미래가 걱정 된다고 했다.

게다가 요즘 20, 30대 청년들이 있는 돈 없는 돈에 대출까지 받아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해 돈을 버는데 혈안이 돼 있다고 했다. 젊음과 패기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성취감을 맛보려는 생각은 아예 없단다. 이런 뉴스를 보고 ,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은 교환의 수단이라는 명제가 무색해진지는 오래 됐다.

예전에도 돈이 인간의 삶에서 아주 중요했던 것 같다. 고려시대 때 임춘(林椿)이란 문사가 쓴 돈의 일생(孔方傳)’이라는 글이 생각났다. 공방전은 돈을 의인화 한 가전(假傳) 형식을 띠고 있다. 공방(孔方)이란 밖은 둥글고() 안은 모난() 옛 동전의 모습을 나타낸다.

공방은 중국 한나라 때 임기응변을 잘해 홍로경(鴻臚卿)이라는 벼슬을 했다. 하지만 공방의 성질이 탐욕스러워, 돈을 중하게 여기고 곡식을 천하게 여겼다. 그는 백성들로 하여금 근본(농사)을 버리고 장사 잇속만을 좇게 했다.

주역에서 분수에 넘치는 짓을 하면 해를 입는다고 하지 않았는가? 결국 그는 벼슬에서 쫓겨나고 만다. 공방처럼 탐욕스런 자들이 돈을 많이 모은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 수단과 방법, 그리고 쓰임이 올바르지 못하면 그로 인해 화를 입는다. 이것이 공방전의 행간에 깔고 있는 교훈이다.

마치 돈이 사람들의 모든 것이 되어버린 듯한 세상이다. 켄 하쿠다의 말처럼 돈만 중시하다보니 사람들의 생각이 점점 빈곤해지는 것은 아닐까? 돈과 관련된 시 66편을 묶어 라는 해설서를 낸 정끝별 시인도 돈보다 중요한 것이 없는 삶은 얼마나 비루하고 염치없는 삶이겠는가?”란 물음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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