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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301 호 | 기사입력 [2020-10-23] | 작성자 : 강서구보

강서칼럼-선인(仙人)이 살던 칠점산에 대한 상상

필자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강서구 대저2동 마을(당시 도도리 내리부락)의 집 뒤에는 조그만 샛강이 있었다. 이 강에 접한 집과 밭 인근에는 갈대밭이 지천이었다. 그곳에는 뜸부기와 개개비가 많았고 이맘때에는 하얀 갈대꽃이 피어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필자의 마을에서 상납청 마을까지 갈대밭에는 씨알 좋은 붕어를 낚는 낚시꾼들이 줄줄이 앉아 있었다. 50년 전이지만 필자의 기억 속에는 갈대꽃이 핀 가을날들이 꿈처럼 아롱져 있다.

 

삼분수 가의 갈대꽃 눈처럼 허옇고(三分水畔蘆花雪·삼분수반노화설)

칠점산 앞의 단풍 보니 가을이로구나.(七點山前楓葉秋·칠점산전풍엽추)

그림 같은 배 떠가며 퉁소와 북이 목메고(畵舸中流簫鼓咽·화가중류소고열)

이곳이 신선의 경치 바로 금주로구나.(一區仙致是金州·일구선치시금주)

 

고려 말에서 조선 초기의 문신으로 숭정대부를 지낸 정이오(鄭以吾·1347~1454)가 칠점산(七點山)을 읊은 시다. 지금처럼 갈대꽃이 하얗게 피고 칠점산에 단풍이 든 가을날에 산 주변을 배로 유람하면서 한 폭의 수묵화 같은 풍광과 정취를 노래했다.

칠점산은 알다시피 현재 강서구 대저동 김해공항 일대의 물 위에 떠있던 일곱 개의 섬이었다. 일제시대부터 공항 건설로 섬이 깎이고 메워져 지금은 한 개의 봉우리 흔적만 공군부대 안에 남아있다.

필자에게 강서구라고 하면 이처럼 어린 시절의 집 뒤 샛강과 제방에서 바라보던 낙동강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낙동강이 부산 북구 화명동과 강 건너 김해시 대동 사이로 흘러와 대저도(大渚島)에서 서낙동강과 동낙동강의 두 갈래로 나뉜다. 이렇게 갈라져 내려온 두 줄기의 물과 대저도의 가운데를 가르는 평강천은 셋 삼()자처럼 보이는데, 이를 삼차수(三叉水)라고 부른다. 위 시의 삼분수는 바로 이 삼차수를 지칭한다.

필자는 이 삼차수 사이에서 성장기를 보냈던 것이다. 어릴 때 어른들은 샛강을 다니는 조그만 배를 타고 맥도장에 다녀오시곤 했다. 필자도 그 장에 따라 가보고 싶었으나 조각배로 다니시다 보니 위험해서인지 한 번도 소원을 이루지 못했다. 단지 군라·녹산·명지·신노전 등의 지명만 기억 속에 박혀있다.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관료들이 업무적으로 김해부나 양산, 또는 물금에 있었던 황산역에 들렀을 때 또는 일본에 통신사로 떠나면서 칠점산을 유람했다. 황산역이 관장하는 양산구간의 낙동강 구역은 황산강으로 불렸다. 황산강이 삼차수에서 갈리어 바다로 들어가는 곳은 너무나 넓었다. 그래서 칠점산과 삼차수를 시제로 읊은 한시에서는 마치 물이 하늘 위로 떠올라 있는 듯하다고 표현했다. 그런 신비스런 배경 속에 푸른 봉우리 일곱 개인 칠점산이 떠 있었던 것이다.

고려 말에 계림(경주) 판관으로 있던 전녹생이 김해의 기생 옥섬섬과 사랑을 나누었다. 그 후 10여 년이 지나 원수(元帥)가 되어 합포(창원시 마산구 합포)에 와 늙어버린 옥섬섬을 다시 불러 거문고를 타게 한 뒤 다음과 같은 시를 읊었다.

 

바다 위 신선이 사는 산 일곱 점이 푸르고(海上仙山七點靑·해상선산칠점청)

거문고 속에 희고 둥근 달 밝게 빛나는구나.(琴中素月一輪明·금중소월일륜명)

세상에 옥섬섬의 손이 없었다면(世間不有纖纖手·세간불유섬섬수)

누가 태고의 정을 타보려 하겠는가.(誰肯能彈太古情·수긍능탄태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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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서는 그 옛날 칠점산에서 거문고를 타고 지내며 가락국의 왕과 국사를 의논하던 참시선인은 떠났지만, 가락국의 그러한 전설은 옥섬섬의 거문고에서 되살아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칠점산과 관련해서는 수많은 관료와 시인묵객들이 그 아름답고 신비한 풍광과 참시선인, 그리고 옥섬섬을 비롯한 칠점선이라는 기생들을 소재로 시를 읊었다. 그래서 칠점산을 떠올리면 참으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풍성하고 아름다운 가을날에 낙동강 제방을 걷거나 공항 인근을 지나게 된다면 칠점산과 관련해 이 글에서는 다 담지 못한 전설과 설화 등을 각자 나름대로 상상해보자. 그러면 갑갑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신선의 분위기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시인·고전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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