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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286 호 | 기사입력 [2019-07-24] | 작성자 : 강서구보

멸종 위기종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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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강(시인,수필가)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동 트는 시간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새벽에 눈을 뜨면 깨끗이 씻은 유리그릇 같이 맑은 새소리들이 들려온다. 아직 자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을 작은 소리지만 잠을 깬 사람에게는 기분 좋은 청명한 소리다.

    인간이 가지 못하는 곳을 훨훨 날아가는 새소리는 언제 들어도 좋다. 이사 오기 전에 살던 집 마당에는 감나무를 비롯하여 수령이 많은 나무들이 제법 있었다. 해서 까치와 여러 종류의 새소리들을 날마다 들을 수 있었다. 아침만 되면 잘 잤느냐 묻는 듯 까치가 울고 배롱나무와 수국 더미에서는 작은 새들이 이리 저리 날아다니며 쉴 새 없이 지저귀었다.

    그러나 아파트 단지가 모여 있는 곳에서도 새소리를 이렇게 가까이 들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새소리뿐만이 아니다. 어렸을 때 귀가 물리게 듣던 개구리 울음소리도 들려온다. 한두 마리가 아닌 무리들이 내는 소리다. 처음에는 귀를 의심했다. 설마, 이런 곳에 개구리가 살고 있을라고. 비슷한 소리를 잘못 들은 것이겠지 했다.

    그러나 아무리 들어보아도 그것은 틀림없는 개구리 울음소리였다. 분명히 아파트 근처에서 들려오는데 어디쯤인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개울도 없고 논이나 강이라고는 더더욱 없는데 어디에 개구리가 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어느 날, 아파트 단지를 둘러보는데 조경으로 꾸며 놓은 조그마한 인공 연못이 두어 군데 있는 게 눈에 띄었다. 그곳에 개구리들이 살고 있었다. 아파트하면 인정이 메말라버린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 생각하기 쉽다. 사람만이 아니라 자연과도 단절된 대표적인 공간으로 생각되는 게 아파트다.

    그런 아파트 단지의 작은 인공 연못을 찾아 개구리 무리들은 어디서 이동을 해 온 것일까. 인공 연못은 개울이나 연못, 강 같은 곳에 비하면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곳이다. 더욱이 조명기구와 분수를 작동시키기 위해 물속에 전선도 깔아 놓아서 알게 모르게 미세한 전류가 흐를지도 모른다. 그런 곳에서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개구리들을 보면서 삶의 무상이나 의미의 유무를 거론하기 전에 생이란 무조건 살아야 하는 절대적인 것임을 새삼 느꼈다.

    요즘, 힘든 삶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을 뉴스에서 종종 본다. 높은 자살률을 가진, 복잡하고 모순된 사회구조가 개인을 죽음으로 내모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고 슬프다.

    그러나 남 이야기라고 쉽게 말할 수는 없겠지만 살아가면서 한두 번쯤 죽고 싶은 생각 안 해 본 사람이 있을까. 죽고 싶다고 다 죽는다면 세상에 살아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세상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사람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마다의 고통을 가지고 있다. 남들은 행복해 보이는데 유독 자신만 불행하다고 느낄 때, 고통은 더없이 무겁게 다가온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삶은 살아내야만 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우주에는 지구가 속해 있는 은하계와 같은 은하계가 수천억 개 있다고 한다. 그 가운데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가 존재하는 곳은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지구가 유일하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넓다는 개념조차 의미가 없는 광대한 그 우주에서, 오직 인간만이 유일하게 지구라고 불리는 작은 행성에서 사는 존재다. 따라서 우리는 희귀종인 동시에 멸종 위기종이다. 또한 우주적 시각에서 볼 때, 우리 인간 하나하나는 모두 귀중한 존재다.’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전류가 흐를지도 모르는 작은 인공 연못에서도 개구리들은 살아가고, 인간들이 조성해 놓은 몇몇 그루의 나무 위에서도 새들은 노래한다.

    사람과 더불어 지구라는 행성에서 생명을 가지고 살아가는 희귀종인 동시에 멸종 위기종인 유한자들이다. 때로는 형편없는 환경과 조물주의 불공평에 대해 원망이 불쑥 불쑥 일 때도 있지만 생의 절대성은 선택지가 없이 살아내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세상에 태어난 이상 삶은 무조건 살아야, 아니 살아내야만 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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